토론으로 톡(Talk)하고 행복으로 통(通)하는 교실
- 토론톡톡 행복통통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주도적 학습, 창의성 개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자 모인 교사 연구회가 있다. ‘토론톡톡 행복통통’. 이름부터 재기발랄한 모임이다. 교사들 스스로 토론의 매력에 빠져 스스로 토론에 대해 학습하고 실천하는 데에서 나아가 수업에도 적용하고 있다.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고 다른 교사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가슴 두근거리는 토론으로 통(通)하는 모임
“한국은 원자력 발전을 중지해야 한다.”
2012년 토론 연수에서 처음으로 이 논제를 접하고 많은 고민이 되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후 1년이 지났지만,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활발하지도 않고 전력이 풍족하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생각이 많아졌다. 선생님들이 토론자가 되어 직접 찬반 토론에 참여하는 연수였다. 제대로 된 찬반 토론 수업을 받아 보거나 해 본
경험이 없어 낯설기도 하였지만 심장의 두근두근함을 느끼고 성취감과 아쉬움을 맛보았다. 이 감정을 학생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토론을 통해 삶과 수업을 연결하면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자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2013년에는 직접 전국에서 토론으로 유명한 강사님들을 모시고, ‘생동감 넘치는 행복한 수업, 행복한 교실’을 꿈꾸는 선생님들을 모아 다시 토론 연수를 개최하였다. 토론 연수에 참여하였던 선생님들은 토론의 심오한 맛을 느끼게 되었고, 학급 운영과 수업을 토론으로 진행해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아 연구회를 만들었다. ‘토론으로
이야기(Talk-talk)하면 모든 아이들이 신나게 수업에 참여하니, 교실이 소통(通-通)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토론톡톡(Talk-talk) 행복통통(通-通)’이라고 연구회 이름을 지었고, 7년째 연구회 모임을 갖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생생한 토론 수업, 함께 하실래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을 늘 하면서도 ‘토론 수업’에 대해서는 교사나 학생 모두 아직도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 교육과정 안에서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교사 본인도 토론 수업을 받아 보거나 지도해 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번잡하고 말싸움이라는 편견 때문에, 또는 학생들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지내면서 나름대로의 교수 학습 자료를 만들고 수업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였지만, 수업의 주도성과 학생들의 참여에 관한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교사가 주도성을 가지고 수업을 이끌면 지식은 많이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던 시점에, 동료 선생님께서 “토론 연수에 참여해 보지 않을래?”라며 권유하셨다. 토론 연수에 참여했을 때의 벅차오르는 감동은 이런 나의 고민에 희망을 주었다.
‘토론 수업이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라며 연구회 참여를 망설일 때, 학생 시절 경험했던 토론 수업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독서 교육을 강조하던 6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장발장』을 읽고 ‘장발장은 유죄인가?’라는 주제로 토론 수업을 하셨다. 완벽한 틀을 갖춘 토론도 아니었고 가장 단순한 찬반 토론이었지만 평소 내성적이었던
내가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기 위해 친구들과 협력하며 몰입했던 기억이 났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니 이 기억은 정말 손가락에 꼽히는 몇 안 되는 수업에 대한 기억이었다.
교사로서 ‘과연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기억에 남는 생생한 수업을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 보며, ‘내가 토론을 배워야겠구나!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실천해 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토론 연구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동료 선생님들과 배움을 주고받으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 토론 수업, 미래 핵심 역량을 기르다!
2015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이다.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자기 관리, 지식 정보 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위의 여섯 가지 역량을 키우는 데 최고로 적합한 교육 방법이 토론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TV를 통해 토론 프로그램이나 대선 후보자들의 토론 모습을 시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 현안이나 사회 문제를 논제로 진지하게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 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적 소양은 갖췄으나 상대방을 배려하며 주장하는 미덕을 발휘하는
이는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무조건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정확하지 않은 근거를 내세우기도 하며, 고성 이 오가느가 하면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 자신이 발언하는 등의 모습이 아직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 연구회에서는 토론 수업 기법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것과 더불어 학생들의 관계성을 중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가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의사소통 역량이 신장될 수 있는 수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토론 수업을 경험할수록 2015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인 자주적인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변화? 학생 몰입도 plus, 교사 자존감 plus
‘토론톡톡 행복통통’ 모임을 통해 꾸준히 토론을 연구하고 배움을 실천하면서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과 교사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우선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토론 수업은 철저한 준비와 조사가 없으면 상대를 설득시킬 수 없고 내 주장의 정당성과 근거를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한다. 한 선생님은 ‘피라미드 토론’으로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물건 고르기’란 토의·토론을 하고 난 후,
학생 한 명이 “선생님 제 머리 한번 만져 보세요. 수업에 너무 열심히 참여했는지 머리에서 열이 나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어떤 학생은 “태어나서 뇌를 이렇게 사용해 본 적이 처음”이라고 했다. 소위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수업에 몰입한 경험은 토의·토론 수업을 적용할 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학습 경험일 것이다.
수업을 계획하고 디자인(설계)하는 교사도 변했다. 토의·토론 수업은 교과서 진도 나가기, 교과서에 나온 문제 해결, 단편적 지식 전달 수업에서 벗어나서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앎과 실천력을 가질 수 있는 수업을 가능하게 한다. 토론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토론 주제에 대한 공부를 하고, 학생이 중심이 되고 그들이
방향을 잘 잡을 수 있게 조력할 수 있는 교사로서의 태도와 배경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주제에 맞는 토의·토론 방법을 적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겪고 나면 수업 태도와 교실 생활 모습이 긍정적으로 변화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수업에 대한 자신감과 교사로서 보람을 갖게 된다.
# 나날이 새로워지는, 우리는 아직도 진행형
‘토론톡톡 행복통통’ 모임은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에 이루어진다. 11명의 교사가 돌아가며 하나의 토론 방법을 소개하고, 수업과 연관 지어 주제를 정해 실제 토론 활동을 직접 해 본다. 이 과정 속에서 토론 수업의 내용, 토론의 난이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교실에서 실천해 본 경험을 공유하며 피드백한 내용을 정리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엮어 2015년 1월 겨울방학에 특수 기관 직무 연수 ‘질문 있는 교실, 토론 수업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30시간 연수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방학 중이나 학기 중에 토론 연수를 열어 토론 수업 나눔 활동을 전개해 왔다. 또한 회원들이 현장 맞춤형 연수 강사 활동으로 토론 수업을 학교 현장에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6년 창의적 토론 협력 학습 연구회, 2018~2019년 좋은 수업 나눔 교사 연구회에 선정되어 『토론으로 톡(Talk)하고 행복으로 통(通)하는 교실』이라는 토론 학습장을 제작·보급하였다.
2019년부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연관된 그림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림책을 활용하여 학급 울타리를 세우고 학급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더 즐겁고 행복한 한 해를 이끌어 갈 수
있었다.
2020년에는 토론 수업을 각 교과의 주제 통합으로 구성해 보려고 한다. 교과와 소통하고, 친구와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토론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고 의미 있는 배움이 가능한 수업을 설계하여 우리 ‘토론톡톡 행복통통’ 연구회만의 학급 운영의 노하우를 만들어 모든 선생님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토론 주제는?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가?
박현희 선생님 | 광주문화초등학교
초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찬반 토론 수업이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답하는 반론 과정에서 친구들의 재치 넘치는 질문과 답을 들으면서 재미와 더불어 존중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후 활동으로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브레인스토밍 토론으로 정리한 다음 플라스틱을 적게 쓰겠다는 다짐 글을 써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였습니다. 교실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철저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습니다.
성모가 생일 선물을 주문하는 것은 옳은가?
박은선 선생님 | 광주산수초등학교
토론 수업을 처음 적용했던 독서 토론 공개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황선미의 『초대받은 아이들』이라는 동화책을 읽고 찬반 대립 토론을 했습니다. 처음 시도한 토론 수업이었기 때문에 서툴고 실수도 많았지만 수업 시간 내내 방관자가 없고 학생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토론 수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눈빛이
살아 있고 교사의 개입이 필요 없이 서로가 상대팀의 발언에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 또 언제 토론해요?”, “토론하면서 화도 났지만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로 인해 토론에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새는 꼭 날아야 하는가?
안영란 선생님 | 광주계림초등학교
초등학교 4학년 국어 수업에 야곱 너는 특별해 라는 책을 활용하여 독서 토론 수업을 하였습니다. 하브루타를 이용해 논제를 찾아내고, 모서리 토론을 활용하여 활발한 토론을 진행한 후 찬반 토론을 한 것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새의 본질을 정의하고 이를 우리 사회에 적절하게 대입하는 학생들의 접근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장발장에게 내려진 형벌은 정당한가?
이세라 선생님 | 광주비아중학교
사회 정의를 배우는 단원 내용과 관련하여 ‘장발장에게 내려진 형벌은 정당한가?’라는 논제로 토론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법률까지 찾아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분석, 개인의 죄에 대한 국가적·제도적 책임까지를 묻는 학생들의 접근이 신선하였습니다.
대한민국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필요한가?
김철규 선생님 | 광주월봉초등학교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없어서 처벌받지 않았던 ‘대전 택시 기사 심정지 사고’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1차 법정 토론, 2차 회전목마 토론 순으로 생각을 나눌 때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을 쪼개 가며 해당 사례에 대해서 학생들이 추가 토론을 이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화장을 해도 되는가?
유정 선생님 | 광주수문초등학교
6학년을 맡았을 때 학기 초에 찬반 대립 토론을 했습니다. 무조건 화장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세우기 전에 학생들로 하여금 화장하는 것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여 생각을 정립하고 친구들의 의견도 들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화장하는 친구들이 화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밝히고 화장한 모습을 보지 말고 그 안에 있는 본인의 모습을 봐
달라고 이야기 했을 때 그동안 극명하게 반대 입장을 취했던 아이들이 상대편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발짝씩 양보하며 화장은 어디까지만 허용을 할지 등 스스로 규칙을 정해 가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질문과 토론 과정에서 얻어진 새로운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규칙을 만들고 더 나아가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토론의 힘인 것 같습니다.
빵을 훔친 장발장은 처벌받아야 하는가?
주율리 선생님 | 광주계림초등학교
5, 6학년 토론 동아리 학생들과 했던 법정 토론이 기억에 남습니다. 6학년 아이들은 검사, 변호사, 피고인, 증인, 판사 등의 역할을 너무나 훌륭히 해냈고, 제시한 근거도 적절했으며, 상대측의 의견에 반박하기 위해 메모하며 열심히 경청하는 태도 등이 모두 좋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완성도가 높은 토론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토론 주제에 대해 충분히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숙지해야 하며, 상대측 주장을 예상하는 한편 자신의 주장에 대한 상대측의 반박도 고려해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친구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을 알고도 도와주지 않았다면 죄가 되는가?
정수환 선생님 | 광주어룡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해 본 회전목마 토론, 교사들과 학교 교육과정 반성회를 진행해 본 월드 카페 토론이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들과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도와주지 않은 친구들도 죄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회전목마 토론를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다양한 학생들과 마주하며 토론을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말하면서 학급에서 은연중에 일어나던 집단 따돌림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게 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가출한 것은 옳은 일인가?
이옥준 선생님 | 광주평동초등학교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학부모 공개 수업 때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 책』을 읽고 토론을 했습니다. 공개 수업에 참여하신 부모님 중 한 분씩을 ‘엄마’, ‘아빠’로 모시고 등장인물 가상 인터뷰를 진행한 후 두 마음 토론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토론이 잘 이루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매년 학부모
공개 수업 때 가정에서 일어나는 자녀와 부모의 갈등 상황이나 문제를 주제로 삼고, 부모님을 토론 활동에 함께 참여시켜 진행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