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수업 시대, 다시 프로젝트 학습
처음 겪는 원격 수업, 저항과 적응의 전반부를 지나고 나서 정신을 차려 보니,
교육에 대한 고민보다는 수업 결손 없이 진도를 꼬박꼬박 나가겠다는 목표만을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일방향으로 제시되는 수업 영상과 과제 제시에 익숙해져 수동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요즘 선생님들과 만나면 “학생들이 무기력하다.” “마음 방역도 해야 한다.”, “원격 수업 이대로는 안 된다.”, “2학기에는 달라져야 한다.”, “등교 일수를 늘려야 한다.”라며 학생들과 원격 교육을 걱정한다.
나 스스로도 학생들의 배움의 질에 대한 고민이나 원격 교육에 대한 전망을 세울 여유가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나는 왜 프로젝트 수업을 했는가?’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원격 수업을 성찰하고 2학기의 수업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 왜 프로젝트 학습인가
첫 프로젝트 수업 도전 - 생명력 넘치는 학생들
2003년, 어설프게 도전했던 첫 프로젝트 수업은 ‘선사 시대 박물관’이다. 학창 시절 지루하고 암기할 게 많아서 싫어했던 역사 수업을 제자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절실함이 담긴 수업이었다. 이론으로만 배우지 않고 유물도 만들고 상상하고 체험하며 역사를 배우게 하고 싶었다. 나의 절실한 동기에 딱 맞는 방법이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유물을 만들면서 학생들은 정교한 도구를 제작한 선사 시대의 기술과 만능 도구인 주먹 도끼의 용도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박물관의 어려운 안내서는 도구를 사용한 인물의 가상 일기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자신이 만든 유물을 손짓 발짓 해 가며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수업 소감에는 “미개한 줄만 알았던 옛 조상들이 대단하다”, “이런 돌들이 왜 박물관에 있는지 알았다”, “도구들의 쓰임을 통해 시대를 알 수 있었다”, “박물관에 직접 가서 유물을 보고 싶다” 등의 학생들의 관점에서 본 흥미로운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이 역사 속으로 쑥 들어왔던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왜 선사 시대 박물관 프로젝트를 위해 점심 식사도 잊은 채 몰입했을까? 프로젝트 수업에는 어떤 마력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학생들이 배움 속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목소리로 수업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수업의 주인이 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배움 속에서 생동감 있고 열정적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왜 프로젝트 수업을 하냐고 물으면, 가장 첫 번째 이유로 ‘배움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명력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안타깝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다. 아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줄 처방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최근 원격 수업에서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주제로 ‘랜선 플리마켓’, ‘슬기로운 인사법’, ‘슬기로운 집콕 놀이’, ‘북튜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용했던 교실과 온라인 공간이 학생들의 열정으로 뜨거워졌다.
상황과 맥락이 있는 배움 -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라
2019년, 과학의 달 행사로 폴리스틱을 활용하여 ‘튼튼한 다리 만들기’ 수업을 하였다.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각색하여 만든 프로젝트이다. 2시간이면 끝날 수업이 학생들의 요청으로 일주일로 연장되었다. 왜 그랬을까? ‘다리 만들기’ 과제에 상황과 맥락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문제의 배경으로 성수대교 붕괴 뉴스를 보여 주자 학생들은 놀라고 분노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튼튼한 다리 상판을 만들 토목 회사를 선정한다’는 상황을 제시하자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학생들은 아침 7시 반에 등교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다리 만들기에 열중했다. 가장 안정적인 다리 구조와 새로운 다리 제조 공법을 연구하며 진지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다리 제조 공법과 다리의 등급에 관한 깊이 있는 탐구도 이루어졌다.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교과서에서 다루는 지식이 가진 특징을 생각해 보았다. 교과서에 제시되는 지식은 상황과 맥락 없이 구조화되어 있고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발성과 열정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의 삶과 연계되고 맥락이 있는 문제를 제시한다.
실제성이 부여된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몰입하며 배움의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언어로 이루어지는 학교 수업
새 학년이 되면, 학생들의 다중 지능 검사를 실시한다.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조사이지만 결과는 매년 유사하다. 공간 지능, 신체 지능, 자연 친화 지능이 우세하고 언어 지능은 가장 낮다.
다중 지능 이론에서는 강점인 지능을 활용하여 약점인 지능을 개발하면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점 지능으로 학습에 몰입하게 되면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용기 있게 받아들인다는 다중 지능 이론의 내용은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할수록 동의하게 된다.
학교에서의 배움은 대부분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언어 지능이 약점인 학생들을 상대로 매 수업 시간마다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학생들은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약점인 언어 수업의 한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학습은 다양한 지능을 사용할 기회를 줄 수 있다. 그 동안 진행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텃밭 협동조합, 벽화 프로젝트, 다리 만들기, 미술관, 독립서점, 청소년 까페 창업, 시문학 축제, 지구 특공대’ 등이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 학습은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배움에 지친 학생들에게 자신의 강점 지능을 사용할 다양한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공부를 못해서 위축되어 있던 학생들이 프로젝트 학습 중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곤 한다.
이처럼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학습 환경이다.
지금의 원격 교육 형태는 콘텐츠 제공과 과제 제시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언어 중심의 수업이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기에 학생들에게는 공부가 더 힘들고 지루하고 어려워졌다.
학생들이 변했다 – 포노 사피엔스, 디지털 원주민
요즘 학생들은 생각과 행동 방식이 예전 학생들에 비해 개인화되어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해 오던 수업방식과 생활 지도 방법의 변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이해하고 성장을 돕기 위해 인간발달과 교육 심리학을 배운다. 그러나 교육학만으로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는 강력한 시대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무엇이 변했을까? 왜 변했을까? 고민하던 차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차 산업 혁명이 낳은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이 뇌이자 손인 신인류이다.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되는 스마트폰으로 뇌는 지식의 습득 방법을 바꾸어 버렸다.
기존에는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내용의 뉴스와 정보를 접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채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와 지식을 개인별로 선택한다.
새로운 정보는 스마트폰을 가진 40억 명의 인구에게 하루 만에 복제하여 전달될 수 있다.
언제든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에 정보의 양보다는 정보의 활용과 창조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학교는 많은 양의 지식을 암기하고 복제시킨다.
교육은 학생들이 지식의 수용자의 역할을 하는, 지식 전달 중심의 산업 시대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했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를 가리킨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점차 해소되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어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용어이다.
스마트폰이 손이고 뇌인 포노사피엔스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 방법은 무엇일까?
10년이 지나도 기억하고 있는 프로젝트 수업
“선생님, 요즘 아이들과 어떤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계세요?”
옛 제자들의 단골 안부 인사이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했던 프로젝트 수업을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기억과 이해를 목적으로 삼은 수많은 수업들이 실제 기억에서 외면당하는 것과 달리 프로젝트 수업은 아이들 머릿속에 오래오래 기억된다.
20대를 훌쩍 넘긴 장성한 제자들이 십 년이 넘었음에도 프로젝트 수업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단지 우연일까?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의 행동과학 연구소(NTL: National Training Laboratory)에서는 학습 효율성이 높은 학습 방법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였다. 각기 다른 방법에 따라 학습을 진행하고, 24시간 후에 배운 내용을 얼마나 기억해 내는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이루어졌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여러 교육 방법 가운데 ‘강의 듣기’가 가장 낮은 5%의 기억률을 나타냈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학습 효율성이 가장 낮은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던 셈이다. 교실을 꽉 채우는 교사의 열정적인 강의는 해당 교과 지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학생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도록 만들지는 못한다.
지금껏 우리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지식 전달의 효율 성과 학습 효율성을 동일하여 여겼다. 이런 관점에 대해 NTL의 실험 결과는 이러한 생각이 명백한 오류임을 지적하고 있다. 교사가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양의 교과 지식을 잘 설명했다고 해서 학습 효율성이나 효과성이 높다고 단정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루는 지식의 양이 적더라도 집단 토의, 체험, 서로 가르치기 등의 참여형 학습 방법이 학습 효율성을 더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런 의미에서 NTL의 학습 피라미드는 교실 속 수업 개선의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원격 수업으로 인한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집단 토의, 체험, 서로 가르치기(발표) 등의 참여형 학습 방법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훌륭한 대안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프로젝트 학습이란 무엇인가
프로젝트 학습의 역사
프로젝트 학습은 1890년대 존 듀이(John Dewey)가 경험 중심, 학습자 중심의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시카고 대학의 실험 학교에서 운영한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의 삶과 관련 있고 학생의 흥미가 중심이 된 주제를 선정하여 자발적이고 성찰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학교 교육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제 기반 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은 1970년 대 캐나다 의과 대학에서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암기 위주의 수업의 대안으로 의대 교수들이 개발한 것이다. 성공한 의사들이 가진 지식, 역량, 성향을 가르치기 위해 실제 환자와 유사한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병명 진단과 처방을 내리도록 한 문제 기반 학습은 큰 효과를 거두었다. 이것을 구성주의학자들이 구성주의 대표 모형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두 학습 방법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학습자 중심 학습 환경’, ‘실생활과 연결되는 학습’, ‘구성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프로젝트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큰 범주에서 함께 사용되고 있다.
프로젝트 학습이란 무엇인가
프로젝트의 일상적인 의미는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는 해결해야 할 과제’를 말한다. 우리의 일상은 프로젝트들의 연속이다. 일상을 프로젝트로 인식하게 되면 체계적인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를 통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해결 과정은 다양한 정보들의 활용과 협업, 의사소통과 같은 역량들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학습 상황에서의 프로젝트는 해결할 문제나 탐구할 주제를 위한 계획, 실행, 발표, 평가까지의 전 과정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선택하는 ‘학습자 중심 학습 환경’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교육의 방향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듀이가 활동했던 산업 시대에서는 프로젝트 학습이 지금만큼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최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과 같은 역량 개발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에 효과적인 프로젝트 학습이 재조명되고 있다.
# 그래서 프로젝트 학습
원격 수업에서 프로젝트 학습 사례
프로젝트 학습의 진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환경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국어 1학기 설명하기 단원을 재구성한 ‘슬기로운 집콕놀이’, 6학년 사회 경제 단원을 재구성한 ‘랜선 플리마켓’, 5·6학년 국어 독서 단원을 재구성한 ‘북튜버’ 수업을 진행했다.
2학년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등교 수업과 과제 제시 학습으로 운영하였다. 5, 6학년은 구글 사이트 도구를 활용하여 문제를 제시하고 결과물은 패들렛을 활용하여 공유하였다.
콘텐츠 제시 중심의 원격 수업에 지쳐 있던 학생들은 최종 결과물을 제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발하게 소통하였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수업이 재미있다”, “다음 수업도 기대된다”, “진짜 경제를 배우는 것 같다”, “친구들과 소통해서 좋았다”, “뭔가 해낸 것 같다”, “온라인으로 마켓을 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등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프로젝트 수업은 원격 수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비타민과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원격 수업에서의 프로젝트 학습은 오프라인에서 운영되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프로젝트 과제의 난이도를 낮추고, 시각 자료나 영상 자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여 학습 동기를 부여하면 좋다. 학습 과정은 좀 더 세분화하고, 학생들이 해결 가능하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개념과 원리는 콘텐츠로 배우고, 적용과 심화 부분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과 프로젝트 학습은 찰떡 궁합
2003년부터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환경과 온라인 클래스 공간 덕분이다. 인터넷은 학생들의 생각과 유사한 하이퍼링크적인 접근 방법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프로젝트 학습은 자기 주도 학습 시간과 팀 학습 시간이 많아서 학교 수업 시간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데, 온라인 클래스와 채팅 도구가 이를 보완하여 학습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해결해 준다. 그리고 수업을 위해 친구들과 소통하고, 전문가와 연결하거나, 학습결과물을 공유할 수도 있다. 최종 결과물의 효과적인 발표를 위해 프레젠테이션, 사진, 영상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결과물 제작이 가능하다. 온라인 환경은 프로젝트 학습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코로나 이전의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등교 수업이 중심이 되고 온라인 수업이 보조 역할을 했던 데 비해, 코로나 이후에는 온라인 수업이 중심이 되고 등교 수업이 보조 환경이 되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교육도 디지털 플랫폼으로 그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새로운 수업 환경에 맞는 프로젝트 학습설계가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교실 수업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프로젝트의 핵심 활동인 친구 간의 협업, 교사의 피드백, 정보의 공유들을 온라인 플랫폼과 도구들로 대체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수업할 수 있는 공유·협업·표현·제작 도구와 앱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사의 우려와 달리 학생들은 역시 디지털 원주민답게 원격 수업 도구들을 잘 다루고 적응도 빠르다. 가정과 학교에는 PC, 스마트 패드, 개인용 스마트폰, 화상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 코로나로 급격하게 조성된 온라인 학습 환경은 오히려 프로젝트 학습의 천군만마가 되어 줄 것이다.
학생들이 바라는 원격 수업
원격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1학기 원격 수업을 평가하고 새로운 원격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6학년 100명의 학생들에게 설문을 실시했다.
원격 수업의 힘든 점을 물었을 때, 1위는 많은 양의 과제로 인한 부담감이었고, 2위는 영상 수업의 지루함과 집중이 안 된다는 응답이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지만, 학생들은 영상으로 제시되는 원격 수업에 지쳐 있다.
영상 수업을 대체할 2학기 원격 수업의 방향을 물어보았다.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 방법으로
1위가 자신들이 참여하고 선택하는 프로젝트 학습,
2위가 직접 실습과 실험을 하는 학습,
3위가 친구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수업,
4위가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는 토의·토론 학습이었다.
이제는 학생들도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학습자 중심 학습 환경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다시 프로젝트 학습!
갑자기 찾아온 원격 수업에 적응하느라 흔들렸던 교육의 본질을 ‘나는 왜 프로젝트 학습을 했나’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성찰해 보았다. 지금까지 프로젝트 학습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배움의 기회가 되고 적절한 학습 환경인지 이야기해 보았다. 또, 온라인은 수업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프로젝트 학습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어 2학기 수업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학생들이 배움 속에서 활기찬 모습을 꿈꾸어 보며 선생님들께 ‘코로나 시대, 다시 프로젝트 학습’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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