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컬러링 북 - 실패한 블렌디드 수업 이야기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성공 경험에서보다 실패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곧 자존감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를 통한 발전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이에 스스로 실패했다고
말하는 수업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 왜 실패한 수업을 이야기하는가?
코로나19를 겪으며 갑작스럽게 원격 수업이 시작되었다. 원격 수업으로 인한 학습 결손 문제가 드러나면서 원격 수업의 장점과 대면 수업의 장점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는 블렌디드 러닝은 원격 수업과 대면 수업의 장점을 결합했기보다는 방역 지침에 따라 원격 수업과 대면 수업을 번갈아 하는
블렌디드 러닝이다. 실패(의도한 성취기준 도달의 실패)한 블렌디드 수업 경험을 공유하며 코로나 시대에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 With 코로나, 블렌디드 PBL에 도전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원격 수업이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서 가장 염려했던 것은 학생들의 학습 결손이었다. 특히 올해 우리 반의 15명 학생들 중에는 장애 학생 한 명, 한글 미해득 학생 한 명, 기초 학력 부진(읽기, 쓰기) 학생 한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공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조건에
상관없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배움에 소외되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며,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있는 수업을 만드는 것은 공교육이 지닌 중요한 책무이다.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을 포함한 3학년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관성 있는 설계와 더불어 효율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와 피드백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수업-평가 설계와 함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학년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도전했다. 학생들이 점차 줌(Zoom)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에 설계했던 프로젝트 수업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학년 초에 계획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 수업에 도전했다. 사회 및 미술 성취기준과 관련한 수업이었는데, 다음의 사회과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고 설계했다.
3학년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성취기준을 실제적인 삶의 맥락에서 배우고, 사고력을 키우며,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수업으로 설계했다. 우리 마을 또는 고장의 모습을 그리고 비교하면서 장소감을 탐색하고, 디지털 지도 및 백지도를 활용해 우리 마을 또는 고장의 실제 모습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성취기준과 관련하여 습득하고 탐구한 지식, 기능을 우리 고장을 소개하는 컬러링 북을 만들기 위해 활용하는 과정 속에서 깊이 있는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교사의 마음을 담았다. 학생들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원격 수업을 이어 가고 있는 1~2학년 학생들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나눔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원격 수업으로만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 블렌디드 PBL로 설계했다
# ‘우리 고장 컬러링 북 PBL’ 교육과정-수업-평가 운영 계획(feat. 백워드 설계)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일관성 있는 설계가 중요하다.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일체화하는 데 있어서 평가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평가를 중심으로 하고 일관성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위해 백워드 설계를 활용하고 있다. 복잡한 백워드 설계 방식을 다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아 성취기준의 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평가 활동(수행 과제)을 먼저 설계한 후에 수업 활동을 설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백워드 설계를 반영한 교육과정-수업-평가 설계 방법과 이를 토대로 설계한 ‘우리 고장 컬러링 북 PBL’의 교육과정-수업-평가 계획은 다음과 같다.
1단계 수업의 목표가 될 성취기준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분석한다.
2단계 성취기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평가 활동(수행 과제)을 설계한다.
3단계 학생들이 평가 활동(수행 과제)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업 활동을 선정 및 조직한다.
# 우리 고장 컬러링 북 PBL 수업 이야기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소개한 스토리보드와 흐름은 다음과 같다. 주제 통합 수 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의 경우 다음 쪽의 스토리보드와 수업 흐름을 계속해서 안내해야 학생들 이 프로젝트의 목적과 수업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올 수 있다.
프로젝트 스토리보드
프로젝트 수업 흐름
더블 버블 맵으로 같은 장소에 대한 장소감이 다를 수 있음을 파악하기
우리 고장의 자랑할 만한 장소 소개하기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를 분류하여 제시하기
비주얼 씽킹 맵으로 정리하기
➊ PBL 소개하기, 우리 마을의 여러 장소 이야기하기(원격 수업: 실시간 쌍방향 수업)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했다. 프로젝트 수업을 처음 접해 보는 3학년 학생들에게 프로 젝트 수업이 무엇인지와 프로젝트 이름에 나오는 컬러링 북이 무엇을 뜻하는지 소개해 주었다.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 스토리보드(프로젝트를 시작하며)를 함께 읽어 보았다.
3학년 학생들이 장소감을 탐색할 수 있는 범위를 처음부터 고장이라는 큰 범위로 접근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삶에 가까이 있는 학교와 집 주변의 마을로 범위를 좁혀서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마을 장소를 활용한 빙고놀이를 한 후에 친구들과 경험을 나누고 싶은 장소를 한 곳씩 선택해서 줌 소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전체와 공유했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공유하며 학생들이 발표한 의견을 정리했다.
➋ 머릿속에 떠오르는 우리 마을의 모습을 그리고 비교하기(원격 수업: 과제 중심 학습, 실시간 쌍방향 수업)
머릿속에 떠오르는 우리 마을의 모습을 자유롭게 그려 보도록 과제를 제시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 중 동일한 장소 두 곳을 선택해서 서로가 그린 마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주얼 씽킹 맵(더블 버블 맵)을 활용해서 줌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고장에 대한 서로 다른 장소감을 탐색했다. 같은 장소에도 서로 다른 장소감을 느끼는 것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지도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➌ 디지털 지도를 활용해 우리 고장을 나타내고 설명하기(원격 수업: 실시간 쌍방향 수업)
디지털 지도를 활용한 수업은 원격 수업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업이라고 판단했다. 디지털 지도를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방문해 보거나, 경험한 장소를 찾아보고 교사가 제시한 주제(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곳, 자연과 관련 있는 곳, 놀 수 있는 곳)에 맞게 정리해 보도록 했다. 마지막에 디지털 지도와 도구를 활용한 소감을 나누었다.
다음 활동으로 우리 고장의 여러 장소 중에 자랑할 만한 장소를 패들렛(padlet)을 활용해 소개해 보도록 했다. 첫 번째 수업이 디지털 지도의 기본적인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수업이었다면 두 번째 수업은 디지털 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여 디지털 지도를 활용해 우리 고장의 여러 지형지물을 탐색하며 우리 고장의 실제 모습을 익힐 수
있는 수업이 되었다. 자신이 실제로 방문해 본 장소를 지도에서 찾아보고 패들렛에 장소를 추천하는 이유와 특징을 기록하게 했다. 각자 패들렛에 정리한 후에 전체가 돌아가며 발표하면서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➍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 알아보기, 백지도를 이해하고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 나타내기(대면 수업)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를 알아보는 수업을 대면으로 진행했다. 주요 장소를 학생들이 찾아 보고 소개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으나 3학년 아이들이 아는 장소가 적어 교사가 중요한 장소를 선정해서 학생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고장의 범위는 학생들의 삶과 연결시키기 위해 학교와 학생들의 집이 포함되어 있는 지역인 광주광역시 서구로 한정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여러 장소 중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곳, 자연과 관련 있는 곳, 문화유산이나 관광지로 분류해서 소개했다. 소개한 내용은 공책에 비주얼 씽킹 맵을 활용해 정리하도록 했다. 주요 장소를 알아본 후에는 실제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의 위치를 디지털 지도와 백지도를 활용해 파악해 보도록 했다. 백지도에 대해서 함께 알아본 후에
학생들에게 백지도를 나누어 주었다. 가지고 온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디지털 지도에 접속해서 광주광역시 서구의 주요 장소 위치를 찾아보도록 했고, 이를 다시 백지도에 스티커를 활용해 붙여 보도록 했다.
➎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 경험 나누기(대면 수업)
학생들이 고장의 실제 모습을 익히기 위해서는 디지털 지도와 백지도를 활용해 실제 모습을 파악하는 것 이외에도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백지도에 표시한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에 대한 경험을 패들렛을 활용해 기록하고 공유했다. 원 격 수업을 통해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협업 도구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패들렛을 활용해 의미 있는 협업이 가능했다.
➏ 우리 고장 컬러링 북 제작하기(대면 수업)
내가 소개하고 싶은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를 한 곳 선택하고 그 장소를 컬러로 출력한 종이 위에 트레이싱지를 클립으로 고정한 후 검은색 라이브 컬러나 네임펜을 활용해 따라 그리도록 했다. 굵은 선만 따라 그리고 나머지 선은 창의력을 발휘해 작업해 보도록 했다. 완성된 결과물을 스캔하여 학생들이 앞 단계에서 제출한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에 대한 경험과 함께 편집하여 컬러링 북으로 제작했다. 컬러링 북은 프로젝트 소개와 수업 흐름, 우리 고장 주요 장소에 대한 소개 및 경험, 학생들이 제작한 컬러링 북자료로 구성되었다. 완성된 컬러링 북은 1~2학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더 큰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패들렛을 이용해 우리 고장의 주요 장소에 대한 경험 나누기
➐ 프로젝트 수업 성찰하기
프로젝트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성찰하는 것은 학생들이 이번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서 무엇을 배 웠는지 확인하고, 수업을 개선하는 귀한 자료로 활용한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원 격 수업과 대면 수업을 오가며 프로젝트 수업을 잘 마무리한 학생들과 프로젝트 수업을 성찰했 다. 좋은 점, 아쉬운 점, 바라는 점에 대해서 기록해
보도록 했다.
완성된 우리 고장 컬러링 북
#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를 통해 더 큰 배움을 얻다
의도하지 않은 배움이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경우도 많지만, 수업의 성패는 의도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 고장 컬러링 북 PBL을 통해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의도했던 사회과 성취기준은 다음과 같다. 4사01-01
우리 마을 또는 고장의 모습을 자유롭게 그려 보고, 서로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 이점을 찾아 고장에 대한 서로 다른 장소감을 탐색한다.
4사01-02 디지털 영상 지도 등을 활용하여 주요 지형지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백지도에 다시 배치하는 활동을 통하여 마을 또는 고장의 실제 모습을 익힌다.
성취기준 [4사01-01]은 학생들이 우리 마을의 모습을 자유롭게 그려 본 후에 친구와의 비교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면서 서로 다른 장소감을 탐색하는 것이 핵심 수업 활동이었는데 모든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성취기준에 도달했다.
문제는 성취기준 [4사01-02]였다. 디지털 영상 지도를 활용하여 주요 지형지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나 이를 다시 백지도에 배치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 고장의 실제 모습을 익히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성취기준 도달의 정도를 상, 중, 하가 아닌 높음, 수행, 노력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성취기준
[4사01-02]와 관련된 과정 중심 평가 기록은 높음 9명, 수행 4명, 노력 2 명으로 다른 수업에 비해서 높음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 같은 결과 나온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첫째, 프로젝트 수업의 수행 과제가 사회과 성취기준과 밀접하게 관련되지 못했다. 수업의 전체적인 흐름은 성취기준과 관련된 지식, 기능을 습득 및 탐구하는 흐름으로 진행되었으나 마지막 성취기준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결과물 과제 활동(컬러링 북 제작)이 사회과 성취기준과 관련된 활동이기보다는 미술과 성취기준과 관련된
활동이었다.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던 교사의 질문에 성취기준과 관련된 응답보다는 컬러링 북 제작과 관련된 응답이 많았고, 수업 후 학생들의 프로젝트 수업 성찰에서도 이번 프로젝트 수업의 좋은 점이 ‘그림을 그려서 좋았다.’라는 응답이 많았다. 프로젝트 수업의 결과물로 이어지는 수행 과제가 성취기준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었어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블렌디드 수업이 교사의 의도에 의해 의미 있게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결합한 것이 아닌 방역 지침에 따른 수동적인 블렌디드 수업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끝나고 2주 후에야 등교가 시작되었고, 그제서야 계획했던 나머지 수업 활동을 대면 수업을 통해 서 진행할 수 있었다.
2주의 공백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놓쳐 버린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의 관심과 초점을 컬러링 북 제작으로 가져갔고, 교사의 의도와는 달리 컬러링 북이 성취기준 도달을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 버렸다.
셋째, 성취기준과 관련된 핵심 수업 활동에서의 평가와 피드백이 부족했다.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피드백이 미치는 힘은 강력하다. 사실 성취기준과 관련되지 않은 수업 활동은 없었기에 성취기준 도달과 관련한 핵심 수업 활동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잘 배우고 있는지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활동만 있고
피드백은 거의 없었다. 프로젝트 결과물인 컬러링 북에 피드백을 목적으로 지도를 함께 첨부하고 설명해 주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학생들 에게 의미 있는 피드백이 되지 못했다.
넷째, 학습 지원 대상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교수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학습 지원 대 상 학생이 수업에 함께 참여하며 배울 수 있도록 수업 목표 및 활동을 수정했어야 했는데 성취 기준과 관련된 핵심 수업 활동에서 이러한 노력이 부족했다. 소외된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가진 다는 것이 개인적인 교육 철학인데
온전히 실천하지 못했다. 실패한 이유를 돌아보니 모두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설계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미치는 평가와 피드백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정 중심 평가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피드백의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블렌디드 수업은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평가와 피드백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 With 코로나, 문제는 평가와 피드백이야!
원격 수업으로 인한 학습 결손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원격 수업의 어떠한 한계 때문 에 학습 결손이 생기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부모의 지원, 교 사 및 또래와의 상호작용, 피드백 등)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 중에 교사가 노력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원격 수업에서도 충분히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있는 수업을 만들 수 있다. 첫째, 실시간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업의 비율이 확대되어야 한다. 과정 중심 평가에서 수업 시간 중에 이루어지는 평가를 강조하는 이유는 수업 시간 중에 학생들의 평가와 피드백을
확인하는 것이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배우고 있는지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비롯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대면 수업과 실시간 쌍 방향 수업의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블렌디드 수업도 피드백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면 수업을 어 떻게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 방역 지침에 따라 수동 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 속에서 원격 수업과 대면 수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블렌디드 수업의 흐름을 고민해 보았다.
둘째, 평가와 피드백 중심의 교육과정-수업-평가 설계 및 수업이 필요하다. 평가와 피드백 중심의 수업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과정-수업-평가 설계 방법은 이해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백워드 설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복잡한 백워드 설계 방식을 다 적용하기보다는 성취기준의 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평가 활동(수행 과제)을 먼저 설계한 후에 수업 활동을 설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백워드 설계를 반영한 교육과정-수업-평가 설계와 더불어 피드백 중심의 원격 수업 루틴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적용한 결과 학급의 모든 학생이 학습 결손 없이 성취기준에 도달하고 있다.
#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수업 만들기
배움의 속도가 빠른 아이들도 학습 결손이 생기는 원격 수업 상황 속에서 학습 지원 대상 학생들의 학습 결손은 더 심화되고 있다. 학급에 성취기준 도달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을 위해 교육과정을 수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교육과정 수정 의 개념이 통합 교육에서 적용되는 개념이라 비장애 학생들까지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최근 학급에는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지닌 학생들이 있고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서는 맞춤형 교수가 필요하다. 교수적 지원을 제공하는 교육과정 조정, 다른 교육 목표를 제시하는 교육과정 수정,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교육과정 변경은 장애 학생 및 비장애 학생을 포함한 학습 지원 대상
학생들에게도 적용할 필요성을 느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 교육의 본질은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
코로나19를 겪으며 미래 교육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결론을 정해 놓고 그 모습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 민하고 당면한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래 교육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은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다. 코로나19로 학습 결손이라는 문제점을 만나면서 그동안 학교에서 했던 교육 활동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돌아보며 학교에서 학생들과 대면하며 이루어졌던 교육의 소중함을 느낀다.
코로나 종식 전까지는 원격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며 모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있는 수업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고 유연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데 있어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생각과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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