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살통통 연구회
게임으로 수업을 살아 있게 통통 튀게!
글_ 게살통통 연구회
동학년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완성한 게이미피케이션 수업.
수업뿐만 아니라 학급 경영에까지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하여 운영하였다.
이름도 개성 넘치는 ‘게살통통’.
게살통통 교원학습공동체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이게 쉬어 가는 거냐?
한 학교에서 5년차가 된다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학년에서 1년을
보낼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것과도 같다. 그해 가장 인기가 좋았던 학년에서 만난 5년차 4명의 교사. 1년을 계획하는 첫 동학년 회의에서도 어김없이 수업에 대한 고민은 튀어나왔다. 흥미로운 수업 자료지만 아이들에게 배움 없이 흥미만 남긴 듯한 회의감,
교과서와 학습 목표에 충실하자니 지겨운 수업으로 귀결됐던 경험, 네 명 모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두의 눈과 귀를 열어 버린 누군가의 제안.
“우리 요즘 핫하다는 게이미피케이션 한번 해 볼까요?”
이것이 우리에게 의외의 시작을 선물하게 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쉬어 가자고 결심했던 근무 5년차에 말이다.
번듯한 이름 하나는 만들고 시작하자는 일념하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중, 그래도 이름은 입에 착 붙어야 제맛이라며 누군가가 ‘게살통통’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게임으로 수업을 살아 있게 통통 튀게! ‘게살통통’ 어때요?”
힘차게 시작했으나 우리 중 누구도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각자 배우고 서로 알려 주며 함께 길을 찾아가는 진정한 교원학습공동체를 시작하게 되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 수업 방식에 모두가 매료되었다.
게살통통의 첫 번째 미션
우리는 호기롭게 3학년 사회 교과서와 지도서를 펼쳤으나 머지않아 마주한 당혹스러움에 주춤했다.
‘등하굣길 정도만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고장'이라니?’
‘수업 시수는 적은데 『우리 고장의 생활』과 『사회』 교과서 두 권을 모두 다뤄야 한다고?’
‘고장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과 소속감까지 길러줄 수 있을까?’
게이미피케이션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미션인 줄 알았는데, 3학년 사회 교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다. 많은 교사가 공감할 이 난제를 어쩌면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고장 빌드-잇 계획을 완성하다!
새 학기를 맞이하기 위해 충전에 충전을 거듭해야 하는 2월의
끝자락. 우리는 프로젝트의 뼈대를 세우기 위해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다양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보기도 하며 당시 핫했던 ‘모여라 동물의 숲’과 ‘스타듀벨리’, ‘심시티’ 등의 게임들을 벤치마킹했고 비로소 마음에 드는 스토리라인을
완성했다. 아이들을 ‘성동구 우리 고장 사랑회’의 요원으로 임명함으로써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내용에 관한 미션을 수행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게임의 판을 짠 것이다.
단원의 내용에 따라 크게 5개의 미션을 기획하였고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우리 고장에 사람들이 이사를 오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늘어난 인구가 2000명을 돌파할 때마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든 게임의 목표는
‘우리 고장으로 사람을 이사 오게 하라!’, 프로젝트의 이름은 ‘우리 고장 빌드-잇’이 되었다.
의외의 복병, 코로나19
프로젝트의 모든 준비가 끝나고 아이들의 등교만 남았을 무렵
갑자기 학교는 문을 닫았고, 개학도 미뤄졌다. 개학 후에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학교는 온라인 등교 시대를 맞이했다. 아이들의 등교를 전제로 구상했던 모든 아이디어가 물거품이 되어 버린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아이들의
등교 불가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우리의 회의 역시 길어졌고 하나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타자 입력조차 버거운 3학년 아이들을 온라인 수업에 빠져들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필요했다.
아직 담임 선생님의 얼굴도 모르는 이 열 살짜리 아이들을 사회 온라인 수업에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흡입력 높은 스토리와 재미 요소가 필수적이었다.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갈 진행 도우미(NPC)로 성동구의 캐릭터인 ‘미소’를 설정하였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미션을 해결하게끔 유도했다. 게임을 제작하는 데에 사용한 주요 프로그램은 그나마 우리가 자신 있었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이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몰입력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듣도 보도 못한 PPT의 각종 기능을 섭렵했다. 또 패들렛, 비캔버스, 유튜브와 같이 널리 알려진 온라인 도구부터 워드월, 띵커벨, 카훗 등과 같이 게임 기능이 있는 온라인 도구까지 최대한 많은 에듀테크를 조사하여 적절한
활용 계획을 세웠다. 우리의 미션에 어울리면서도 아이들이 조작하기에 어렵지 않은 에듀테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오프라인에서 만나다!
온라인에서 ‘우리 고장 빌드-잇’을 체험하던 아이들이 드디어 실제 세계, 학교 교실에서 ‘빌드-잇’을 체험하게 되었다.
“정말이에요? 우리 고장으로 사람들이 이사 오고 있나요?”
“이번에는 73명이 이사 왔다면서요? 와! 정말 신기해요!”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뜨거웠다. 이후 아이들은 등교 수업 시간에는 미소를 만나 어떤 미션이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주의 깊게 들었고, 온라인 수업 시간에는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미소가 말한 미션을 열심히 수행했다. 타자도 버거운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각자 나름의 최선을 다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에 뿌듯해졌다.
오케이. 계획대로 잘 되고 있어!
회의 지옥이라니, 학교에서 무슨 회의를 해요?
일반적으로 교사는 1인 CEO와도 같다. 학급의 경영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를 실행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보통의 교사들은 차마 다른 반의 학급 경영에까지 관심을 둘 만큼의 심리적 여유와 체력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이 계속 들이닥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자꾸만 모르는 것이 생기고, 게임 스토리 전개상, 아주 소소한 것부터 중대한 일까지 합을 맞춰야 하는 사항들은 강물처럼 불어났으며 이는 곧 ‘회의 지옥’으로 이어졌다.
“근데 우리 교사들이야말로 진정한 협업을 경험해 본 적이 없네요?”
사실 그랬다. 학생들에게는 교실 안에서 모둠 학습, 공동체 활동을 운운하며 다른 학생들과의 협업을 수도 없이 강조했지만, 정작 우리 네 명의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찐’ 협업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회의에 서툴렀던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맞대며
뒤집고 엎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수업 방법도 다르고 추구하는 교육관도 다르다는 점은 하나의 약속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수행하는 데에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당시 핫하다는 MBTI 검사 결과, 서로 파국인 관계도 존재했다!). 합을
맞추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지만 우리 팀의 가장 큰 기조는 ‘각자 잘하는 것을 하고 구멍은 함께 메꾸자’였다. 게임을 취미로 즐기고 게이미피케이션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은 각 미션이 게임의 구조에 적합한지 피드백을 주고 검토를 했다.
교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성과 아이들의 몰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게임 스토리가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스토리 구성에 집중했다. 곧 죽어도 교육과정이라는 사람은 게임 수업이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잃지 않도록 성취기준을 미션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했다. 또,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으로 팀의 구성을 제안했던 사람은 모든 것을 총괄하며 메꿔야 할 부분과 생략해야 할 부분을 찾아 주었다. 이렇게 무수한 회의 끝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등장했고, 우리의 오합지졸 회의 지옥은 점차 정반합을 향해 나아갔다.
1+1+1+1이 단순히 4가 아닌 1111이 되는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잠깐…… 꿀잼이 아니라 노잼이라고?
아참, 말했던가. 교육자인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환상이 있었다는
것을. ‘인생은 피라미드야.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만 해.’라는 드라마 SKY캐슬의 명대사처럼 실제로 경쟁을 조장하는 잘못된 문화가 어떻게 학생들의 관계를 망치는지, 친구와 비교하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그리고 각자의 학창 시절을
통해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손으로 만든 이게임에서는 경쟁을 없애고 협동이라는 빛나는 덕목을 부각시켜 ‘공동의 목표’ 달성과 ‘공동의 축제’로 보상을 하고자 했다.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몰입과 재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얼마나 도덕적이고 교육적인 목표가 반영된 내용인가! 그런데…….
“오늘도 재미있는 사회 시간이에요^^”
“야호!”
“오늘도 재미있는 사회 시간이에요^^”
“야……”
“오늘도 재미있는 사회 시간이에요^^”
“…….”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무임승차를 하려 했고 아이들의 흥미 역시 수직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나름 촘촘하게 구성한 미션들과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미션을 만날 때의 아이들 반응은 하루가 다르게 시큰둥해졌다.
‘너네, 게임은 다 재미있어하는 거 아니었니?
멘토링으로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싶을 무렵, 우연히 받게 된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의 멘토링이 기가 막힌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경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그랬다. 게임의 핵심 요소는 재미와 몰입이다. 그런데 모든 경쟁 요소를 배제한 채 협력 요소만으로 게임을 설계한 결과 우리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들어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장치를 모두 놓쳤던 것이다. 아이들 간 개별 경쟁을 없애고 싶다면 반별 경쟁이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반별 경쟁 구도여도 경쟁에서 이긴 팀이 다른 팀을 도와주거나 자신의 성과를 다른 팀과 나눌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우리가 우려하는 경쟁 요소로 인한 이기적인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한시가 급했다. 또다시 긴급 회의를 소집하여
스토리라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고장 빌드-잇’은 투 트랙(two-track)으로 나뉘었다.
우리 고장 빌드-잇, 투 트랙으로 재탄생하다.
처음 계획한 내용은 ‘우리 고장 그로우-잇(Grow-it)’으로 명명하고, 경쟁 요소를 강화한 ‘우리 고장 메이크-잇(Make-it)’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살기 좋은 고장은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같이 이루어져야 하며, 우리 고장에 실제로
살고 있는 ‘우리들’부터 살기 좋은 ‘학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스토리가 추가되었다. 즉, 사회 수업에만 국한되었던 ‘우리 고장 빌드-잇’이 학급 경영 전반에 적용되게 된 것이다. 새로운 트랙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은 인형만 그려진 ‘아바타
판’을 받았으며, 각 학급은 도로만 깔린 ‘우리 고장 지도’를 부여받았다. 아이템 획득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부서(학급) 이름과 로고 콘테스트를 시작으로 부서별 경쟁이 가능하도록 온·오프라인 미니 게임을 설계했다. 부서 지도에 붙이는 랜드마크 콘테스트, 매주 청소 및 생활 태도를 통한 포인트 경쟁, 그리고 우리 고장과 연관된 수제화 콘테스트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아이템 획득 활동들이 시작되었다.
게임에 몰입하다.
아이들의 직접 참여를 늘리고 반별 경쟁을 넣은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하교 후 부서별 청소 상태를 비교하여 고장을 꾸밀 수 있는 포인트를 주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키지도 않았는데 의자들을 책상 위에 턱턱 올리는 것도 모자라, 태어나 처음 써 보는 청소기를 돌리기 위해 청소기 사용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게임에 몰입하게 되었다. 부서별 경쟁이 너무 거세질 때마다 우리는 외부의 적(○○구 우리 고장 사랑회, 외계인 침공)을 설정하여 반별 균형을 맞추었고, 앞서 나가는 부서가 다른 부서에게 아이템을 기부할 수 있게 하여 다시금 아이들에게
우리는 학급의 구분 없이 모두 공동체이자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함을 상기시켰다.
우리 고장 지도 위에는 멋진 건물과 공원, 놀이터 등이 들어섰으며, 아이들의 아바타는 화려한 모자와 옷, 신발은 물론이고 운동 기구와 반려동물까지 풀템(풀 아이템)을 장착하게 되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우리 고장 빌드-잇’으로 하게 되니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심지어 열이 나니 학교를 결석하라는 엄마의 말에 학교 가고 싶다며 울었다는 아이도 등장했다.
교과서 속 고장을 넘어 실제 고장을 바꾸다.
‘우리 고장 빌드-잇’의 보스 몬스터(최종 보스) 자리를 기꺼이 맡아 주시겠다는 성동구청장님의 연락이 왔다. 구청장님께 이 프로젝트가 아이들이 우리 성동구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한 장기 프로젝트임을 말씀드리자 흔쾌히 게임에 쓸 자료
영상을 보내 주셨고, 게임 속 화면에서 그것을 본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진짜야?”
“저 아저씨가 구청장 아저씨예요?”
“에이, 합성이겠지!”
하지만 영상 속 아저씨가 진지하게 ‘우리 고장 사랑회’ 회원들에게 고장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 미션을 꼭 해결해 달라고 말하자, 아이들의 눈은 이내 빛나기 시작했다.“우리 고장에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서 알려 주세요.”
마지막 미션은 우리 고장을 둘러보고 문제점이 있는 곳을 사진으로 찍은 뒤, 더 나은 고장이 될 수 있도록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즐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학교 주변을 살펴보며 미션에 참여했다. 낙엽을 담은 봉투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아파트 후문, 지하철역을 성동구가 드러나는 디자인으로 꾸몄으면 좋겠다는 의견 등 아이들의 시각에서 발견한 여러 제안들이 모였다. 한 달 뒤, 최종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몇 명의 아이들이 직접 던전(성동구청)에 용감하게 입장했고 보스
몬스터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놀랍게도 며칠 뒤, 성동구청에서 아이들이 건의한 사안들 중 대부분이 해결되었다는 답변과 함께 인증 사진들을 보내 주셨다.
드디어 10000명 달성!
아이들은 미션 달성 기념 축제를 벌이고 선물을 획득하였으며, 우리 고장 사랑회의 회원증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마치 우리 고장 사랑회 회원으로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보스 몬스터(구청장님)가 공을 치하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게임의 결과가 현실의
변화로까지 연결되는 이 진귀한 순간을 마음껏 기뻐했다.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향해!
학기가 마무리되는 12월, 우리가 1년 동안 시도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모아 보았다. 사회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미션들부터 아이들이 만들어 낸 훌륭한 성과물, 수없이 많은 협의 내용과 아이들의 분신인 아바타와 멋진 지도, 그리고 각종 활동 사진들까지. 정말 이 많은 내용을 우리가 해냈다고? 계획할 때에는 상상도 못
했던 양이었다. 뿌듯한 마음도 잠시, 슬슬 걱정이 밀려왔다. 이 귀중한 보물 같은 사례가 공기처럼 사라지기 전에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프로젝트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내용 선별은 물론, 제시하는 순서,
디자인, 심지어 문장의 토씨까지도 끝없이 고민해야 했다. 한 달 정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90여 쪽 짜리의 보고서가 탄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2020년 게임 리터러시 최우수 교사 연구회로 선정되었다는 영광스러운 소식이 우리를 반겼다. 순간 고되고 힘들었던 그간의 기억들이 눈 녹듯 사라지더니 몸테크로 습득한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법, 게이미피케이션의 기술, 학생 참여를
위한 팁, 협업으로 생긴 끈끈함들만이 뇌 속에서 기어 나와 방구석 1열에 자리잡고는 즐겁게 환호성을 쳐댔다
아이들은 정말 뭘 배웠을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 고장 빌드-잇’ 프로젝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진정으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과연 우리 고장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불현듯 우리 고장 지도 위에 건물들을 여기에 놓을지, 저기에
놓을지 고민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놀이터의 위치에 대해, 공원의 출입구 방향에 대해 그토록 오래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랑이란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해서 서로에 대해 ‘알아 가고’, 사랑하기에 무엇이든지 ‘내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분명 게이미피케이션은 많은 아이들이 우리 고장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었고, 고장과 연결된 미션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우리 고장 곳곳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으며, 더 나은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내서 ‘개선책’을 생각해 보게끔 도와주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3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유인책이 되었다는 점은 확신한다. 즐거움과 설렘을 느끼며 사회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있었고, 우리 고장에 살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며, 앞으로도 쭉 우리 고장에 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꽤 많이 늘어났으므로……
앞으로도 우리 게살이의 모험은 계속된다!
게임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듯 지냈던 1년이었다. 깨질 듯 안
깨지는 스테이지에 좌절도 했지만, 결국 하나의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마다 쾌재를 부르며 다음 스테이지에 도전했다. 게살통통 팀원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절대 최종 스테이지까지 도달하지 못했으리라. 2021년도에는 우리 팀원들이 여러 교육청으로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학교 적응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게이미피케이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 고장 빌드-잇의 두 번째 패치 마련, 새로운 게이미피케이션 사례 개발, 과제 수합과 점검에 관한 어플리케이션 출시, 게더타운을 활용한 게이미피케이션 교사 연수 등 다양한 방면에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동학년 회의 중 의외의 시작을 맞이하여 게이미피케이션에 푹 빠져 내달린 2020년!
시작할 때는 분명 게이미피케이션 설계자였는데, 돌이켜 보면 교원학습공동체라는 게이미피케이션 속에서 각종 미션을 해결하고자 몰입하고 즐겼던 게이머였다. 몸으로 체득한 소중한 경험은 우리의 관심 영역 범위까지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알기 이전과 이후로 바꾸어
놓았다. 교사로서 레벨업이 된 것이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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