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교육 글_ 김태훈
우리가 인공지능(人工知能, 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기술과 공존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시리(Siri)’나 ‘빅스비(Bixby)’1)와 일상의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랩을 시키거나 무서운 얘기까지 해 달라고 하다 보니, ‘시리와 빅스비 배틀’이 유행을 하기도 하는 등 AI 기술은 우리 삶 속에 가까이 와 있고 이미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각 산업 분야에서는
AI 기술과 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 아이폰(Siri)과 갤러시폰(Bixby)의 음성 인식 및 자연어 처리 능력을 갖춘 지능형 개인 비서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내는 AI
인간의 신체를 흉내 내는 공학 기술을 ‘로보틱스(Robotics)’2)라고 한다면,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내는 컴퓨터 과학 기술’을 AI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내는 AI 기술은 태깅(Tagging)3)된 데이터들을 이용하는 코드(Code) 기반의 기술에서 출발하였으나, 현재는 태깅되지 않은 데이터들을 통계 코드로 처리하는 기계 학습(機械學習, Machine Learning)에서부터 많은 양의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찾는 딥러닝(Deep Learning)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뇌신경망처럼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AI 기술들에는 이미지 인식, 문자 인식, 음성 인식과 같은 ‘인식 기술’이 있고, 자동 번역 등에 사용되는 ‘텍스트 분석 기술’이 있으며, 자동 진단, 예측 및 추천 등에 사용되는 ‘분류 및 의사 결정 기술’ 등이 있다. 발전된 AI 기술은 비즈니스, 의료, 금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지적 노동을 대신해 주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해내야 하는 일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주고 있다.
2) 4차 산업 혁명의 한 주요 영역인 로봇(robot)과 테크닉스(technics)의 합성어로, 센서 공학, 인공 지능의 연구,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의 종합적 학문 분야이다. 3) 글이나 이미지를 관련된 주제나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도록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를 다는 일
AI와 교육
AI에 대한 관심은 특정 국가와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세계 모든 산업계는 물론이고 각국 정부가 나서서 자국이 AI 기술의 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AI와 데이터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 교육 혁신을 계획하고 추진 중에 있다.
학교와 교사에게 이 변화의 시류가 중요한 이유는 교육이 그 어느 분야보다 선도적으로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분야이며, 현대 사회가 때를 놓치면 영원히 퇴보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는 빠른 변화의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4) 이러한 변화의 시류 속에서 학교와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 은 학교와 교사에게 위기일까? 아니면,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회일까?
4) 전병화, 「제4차 산업 혁명 시대, 학교와 교사가 과연 필요할 것인가」, 서울교육, 2019
AI는 교육을 위기로? 기회로!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AI 기술의 발전으로 없어질 직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사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산업 혁명으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해 주었듯이 AI 기술의 발전이 지적 노동을 대체해 주는 시대가 기대되는 반면,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AI가 마냥 달갑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AI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낳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첫째, AI는 인간이 만든 코딩 프로그램의 결과이지 인간과 같은 인격체가 아니다. 자유 발화하는 챗봇이나 자동 추천 서비스 등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사람처럼 느껴 질지 모르지만 데이터에 의해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자동화 서비스일 뿐이고, 사람 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영원히 인격체는 될 수 없다.
둘째, AI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잉여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마솥을 이용하여 밥을 하려면 땔감을 구하고 장작불을 피워야 하는 노동력이 필요했는데, 전기 압력 밥솥이 만들어지면서 주부들에게 노동의 감소와 시간의 여유가 제공되었다. 또한,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은 사용자의 귀가 시간에 맞춰서 알아서 밥을 하고, 밥솥 내부의 수온과 습도까지 측정하여 일정한 밥맛을 유지하도록 하는 AI 밥솥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로 인해 주부들은 육체적 노동력의 감소를 넘어 신경쓰고 준비해야 하는 정신적 노동력의 감소와 더 여유로운 시 간을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이 AI 기술의 발전은 학교와 교사가 그간 시행하고 있는 진단, 평가, 피드백, 개별 과제 등의 업무와 역할을 자동화 수준으로 지원할 것이고, 이를 통한 교사의 잉여 에너지와 잉여 시간이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섬세하게 살피고 지원 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셋째, 블룸(Bloom)의 교육 목표 피라미드를 보면 아랫쪽에서 위쪽 방향으로 학생들에게 길러 줘야 할 사고 기술을 일반적 사고 기술에서부터 고도의 사고 기술까지 그 영역을 순차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다인수 학급은 교사가 하위 2개의 영역인 암기와 이해 같은 일반적 사고 기술을 가르쳐 주기에도 벅찬 환경이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으로 교사가 AI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인간 교사가 가장 잘할 수 있으면서 학생에게는 더 필요했던 상위 4개의 영역인 배운 지식을 삶 속에 적용하 는 것, 분석하는 것,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 창조하는 것과 같은 고도의 사고 기술을 가르치는 데 교사가 더 힘쓸 수 있게 될 것이다.
AI 시대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
AI 시대라고 하여 모든 교사가 AI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다.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영어를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의 유무가 정보를 얻는 능력의 차이를 만들고, 자동차의 유무가 사람의 활동 반경을 결정하듯이 AI나 데이터에 대한 기본 소양이나 활용 능력은 교사의 교수 능력을 보다 확장시켜 줄 것이고 확장된 교사의 능력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보다 잘 가르치는 데 사용될 것 이다.
AI와의 코티칭
AI 기술이 학교와 교육 현장에 들어오게 될 때,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학생들의 개별화 교육과, 개인 맞춤형 학습(Adaptive Learning)이다. 특히, 다인수 학급에서 1인의 교사가 물리적인 한계로 인하여 채워 줄 수 없었던 상위층과 하위층의 개별적 필요를 그 수준에 맞게 채워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학습자들의 학습 성향에 맞는 학습 자료를 개별적으로 다양하게 제공하거나, 학습자들의 학습 부채량에 따라 개별 과제의 수준과 개별 과제량을 설정하여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AI 기술을 통해 학생들의 개별화, 개인 맞춤형 학습이 이상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별화, 개인 맞춤형 학습의 몫을 AI 기술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가르침의 주체인 교사가 ‘AI 기술이 교수·학습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모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들이 AI 기술의 발달로 인한 교육 환경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이해와 AI 기술의 활용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채울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과거의 교육 방식만의 역할이나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현재의 디지털 기술5)
은 ‘학습자들의 학습 부진이 교사들의 정성 부족과 능력 부족 때문은 아닐까?’라는 교사들의 오래된 부담과 누명을 풀어 줄 열쇠가 될 것이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 종합 평가(Summative Assessement) 중심에서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데 중점을 둔 형성 평가(Formative Assessement) 중심으로 변해 가는 세계 교육의 변화 추이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부도 과정형 평가를 통해 수업과 평가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각 학교에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AI 기술은 학령별, 교과별 성취 기준에 따른 학습자의 수준을 쉽게 파악할 것이고,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개인별 학습 계획을 짜 줄 것이며, 학습자에게 맞춰진 개별 과제를 부과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학생의 성취기준 도달까지의 과정 이력을 모두 데이터화하여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5) 현재의 디지털 기술은 학생의 반응 속도를 10000분의 1초 차이도 구분하여 측정할 수 있고, 학생이 서술형 문항을 풀 때 풀이 과정 중 어느 부분에서 머뭇거리는지를 파악하거나, 다인수 학급에서 많은 학생들의 동시 반응에 맞춤형 학습 자료를 각각 제공하거나, 학급 학생들의 수업 내용 이해 정도, 만족도, 성취 정도 등을 매시간 파악하여 교사에게 L MS로 제공할 수 있다.
보다 더 교사다워지기
이제 모든 교사들은 내 전공 분야, 내 교과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의 전문성을 기본으로 하고, AI 기술이 하지 못하는 인격체로서의 교사 역량을 더 빛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학생을 상대하다 보니 단순 반복의 업무 속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교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시간도 기회도 얻기 어려운 교실 환경이 과거의 이야기가 될 시대가 가까이 오고 있다. AI 기술이 할 수 없는 교사의 전문성을 우리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AI 기술의 고도화가 학생들의 개별 학습과 개인 맞춤형 학습을 실현시켜 줄수록 다인수 학급이라서 실현되기 어려웠던 교사의 역할들이 당연히 실현되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출석 확인, 학생들에 대한 개별 과제 부여나 과제 점검, 학생들의 진단이나 평가, 학습 이력 정리 등은 AI 기술에게 맡기되, 교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과별 역량들을 어떠한 수업 전략으로 길러 줄 것인지에 대한 전문적 안목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개별 학생들의 정서적 필요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거나 눈빛과 표정으로 학생들을 격려하며 인격적으로 힘을 주는 역할에 주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AI 기술은 학교와 교사에게 요구되는 전통적인 역할 중 단순하고 반복적인 부분을 대신해 줄 것이며 그로 인해 교사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 필요에 반응해 주는 ‘스승으로 서의 역할’에 더 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학생들과의 인격적인 만남, 스승으로서 마음의 터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 등 학교와 교사의 본질적인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물리적, 시간적 한계로 인하여 이루지 못했던, 당연한 교사들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이제 AI 기술은 우리의 선택과 상관없이 학교와 교수·학습 상황에도 빠르게 스며들어 올 것이다. 하지만, AI 기술이 학교 교육에 활용되는 것은 산업 기술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교육의 수동적 변화가 돼서는 안 된다. 에스컬레이터가 사람의 이동을 돕듯이 기술의 역할은 보조하고 돕는 것에 있다. 교육에서 기술의 역할 역시 교육의 본질이 실현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6)
또한, 기술의 발달은 교사에게 교사의 본질적인 역량을 더 요구하는 환경을 만들게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듯이 기술의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교사도 있겠지만, 대 부분은 이 변화에 적응하며 AI 기술에게 교사의 자리를 내어 주기보다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과거와 다른 교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교사가 AI 기술을 활용하여 교수·학습을 기획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때, 학교가 본질적 역할을 더 잘 해내게 될 것이고 교사는 더 교사다워지게 될 것이며, AI 기술은 교육의 본질을 도와주는 조력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전의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
고, 그 시대를 주도해야 하는 세대를 길러 내는 학교와 교사는, 교육에 있어서만은 그 변화를 좇는 것이 아닌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N
6) 모홍철, 「4차 산업 혁명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 민들레,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