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그림책이 피었다
2022년 3월 21일 밤, 이수지 작가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소식이 들려오던 그날 밤에 그림책계는 축제처럼 들썩였다. 그림 작가에게도 상을 수여하기 시작한 1966년 이래 처음으로 탄생한 한국인 수상자였기 때문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상자 발표를 지켜본 교사들도 기뻐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중 『그림자 놀이』(비룡소, 2010)는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기도 해서 조금 더 친숙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림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수지 작가의 수상은 마치 내 일처럼 기뻤다.
2015 개정 교육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교사들의 책 읽기 욕구를 자극했다. 독서 수업을 잘하려면 아무래도 교사가 책을 잘 알아야 했다.
우리 학교, 자신의 교실에 맞는 좋은 책을 선정할 눈을 갖추는 것도 시급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곳곳에 문을 여는 북 카페나 동네 책방이 사랑방이 되었다. 책 모임을 하는 교사들은 그곳에서 치유와 회복을 느꼈다.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그림책에 주목하면서 지금은 초등학교를 넘어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그림책이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교사들로 구성된 그림책 연구회도 여럿이고, 학교 안 교사 연수에서 그림책이 주제인 경우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분위기는 교육청의 정책보다는 자발성에 바탕을 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교육 과정의 변화, 교육감 교체 속에서도 그림책에 대한 열기가 계속 이어지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내 스스로 붙인 내 별명은 ‘산골쌤’이다. 나는 이른바 ‘강원도 작은 학교 전문 교사’이다. 내가 최근에 근무했던 학교는 모두 학생 수 100명 미만, 6학급 이하의 작은 초등학교였다. 첫 근무지는 강원도 철원의 민간인 통제선 북쪽에 자리한 초등학교였다. 주로 지역 주민과 군인 자녀를 가르치던 곳이었는데 민간인 통제선 남쪽에 새 군인 아파트가 만들어지며 군인 자녀가 많이 빠져나갔다. 그래서 내가 근무를 시작할 때에는 이미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그곳에서 근무하던 약 2년 6개월 동안 나는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하고, 또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때부터 ‘책 읽기 - 토론 - 글쓰기’의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책에 관심을 갖다
언어 사용 능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방법이 바로 낭독이다. ‘마음속으로 읽기’인 묵독도 필요하지만, 언어를 배우는 초기에는 낭독이 중요하다. 발음, 이어서 읽기, 끊어서 읽기 등이 잘 되어야 언어를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동화나 소설을 읽기는 어렵다. 동시는 문학성이 강해서 낭독을 잘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이때 많이 활용하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림책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교사가 먼저 그림책에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그림책 수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교사가 수업에 그림책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림책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시의적절하게 그림책을 꺼내 들려면 그 그림책의 내용과 특징이 머릿속에 들어 있어야 한다. 사실 일 년에 몇백 권이나 되는 그림책이 출간되는데, 혼자서 그걸 다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책 모임을 갖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노력도 필요하다. 혼자 책을 읽을 때에는 안 보이던 것이, 여러 사람이 함께 읽을 때에는 보이기도 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북수다’는 2017년부터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에 전국 단위의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위한 교사 연수로 기획했다. 작가도 만나고, 독서 교육을 위한 방향과 방법도 나누던 것이 2019년부터는 주로 작가를 초청해 토크 쇼 형식으로 진행하는 연수로 변화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줌(Zoom) 기반 온라인 연수로 다시 변모했다. 200명 가량의 교사가 책을 구입해서 읽고 이 연수에 참여한다. 그리고 다시 학교와 교실에서 독서 교육을 실천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우연과 기적이었다.
그림책과 친해지기
그림책은 분량이 적고 연령과 관계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 초등학교 도서관에는 많은 그림책이 비치되어 있고, 또한 매년 새로운 그림책이 구비된다. 유치원의 경우에는 그림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요즈음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진학한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읽고 있다. 그림책의 특성을 잘 보여 주기 위해 전면 전시대를 갖춘 도서관도 많다.
책등으로 보고 책을 고르기보다 앞표지를 보고 그림책을 고르면 읽고 싶은 의욕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림책 수업은 학생들의 재미를 높이고 의욕을 되살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책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한다.
그림책 낭독하기
그림책을 혼자 읽으라고 하면 낭독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활동을 한다. 그림책 낭독 활동은 고학년과 저학년이 짝을 이루어 진행한다.
예를 들어, 2학년과 5학년이 짝을 이루어 그림책 읽기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림책 낭독 시간을 앞두고 고학년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골라 낭독 연습을 한다. 후배들에게 재미있는 그림책을 매끄럽게 읽어 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초성에 맞는 그림책 제목 찾기
그림책 제목을 알고 나면 그 그림책을 읽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책의 제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문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면 여러 번 보았어도 그림책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도서관에서 초성으로 시작하는 그림책 제목을 찾는 활동을 하면 학생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이 활동은 1학년도 2학기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림책 제목 찾기’ 활동 방법
1. 그림책이 많은 곳을 찾는다. 예) 학교 도서관, 학급 문고 앞
2. ‘그림책 제목 찾기’ 활동지를 한 장씩 나누어 준다. 작성자 칸에 이름을 쓴다.
3. “제한 시간 안에 각 초성으로 시작하는 그림책 제목을 찾아 쓴다.”고 규칙을 안내한다.
4. 제한 시간을 연령대, 능력에 맞게 제시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25분, 2~3학년은 20분, 4학년 이상은 10분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 단, 문해력과 쓰기 능력 등을 고려하여 시간을 조절한다.
5. 다 쓴 사람은 ‘빙고’를 외치고 활동지를 교사에게 제출하여 검사받는다. 제한 시간 안에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한 학생에게 간단한 선물을 주는 것도 좋다.
책 표지 릴레이 도미노
이 활동은 그림책에 대한 관찰력을 키우고, 책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 다른 책도 앞표지를 만들 때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림책은 조금 더 그렇다. 그림책은 분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앞표지부터 읽어 나가게 된다. 따라서 보통은 앞표지에 가장 많은 정보를 담아 앞표지만 보아도 책 내용이 어느 정도 파악되거나 관심이 생기게 만든다. ‘책 표지 릴레이 도미노’는 책 표지에 담긴 그림, 글자 등을 비교하여 공통점을 찾는 활동이다. 다만, 바로 옆에 있는 앞표지끼리만 비교하고, 공통점을 찾으면 다음 표지로 이어 간다.
‘책 표지 릴레이 도미노’ 활동 방법
1. 그림책을 앞표지가 보이게 나열한다. 책은 도미노가 누워 있는 것처럼 여러 모양으로 나타낼 수 있다.
2. ➊번 그림책과 ➋번 그림책 앞표지의 공통점을 찾는다. 이때 재미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외치고 답할 수 있게 해도 좋다. 예) “고봉! 책 제목에 버스가 들어 있어요.”
※ 공통점은 글자, 그림, 판형 등 모두 가능하다.
3. ➊번 그림책과 ➋번 그림책의 공통점을 찾았으면 이번에는 ➋번 그림책과 ➌번 그림책의 공통점을 찾는다.
4. 이런 식으로 모든 순서가 다 돌아가면 ‘책 표지 릴레이 도미노’가 끝난다. 공통점을 많이 찾은 사람에게 간단한 보상을 주면 된다.
책 표지 다시 만들기
이 활동은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하게 되면 작가를 만나기 전에 작가의 작품을 읽고 ‘책 표지 다시 만들기’ 활동을 한 결과물을 작가에게 선물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다. 작가는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독후 활동 결과물을 받는다. 그 안에는 편지나 삼행시도 들어 있지만, 답변을 할 필요는 없다. 책을 잘 읽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과정일 뿐이다. 학생은 그림책을 그냥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과 결합된 활동을 하니 혼자 그림책을 읽어야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고대영 작가를 만나기 전 만든 『집 안 치우기』 책 표지 다시 만들기 작품
그림책 작가를 만나기 전에, 그 작가의 작품을 읽고 한 다양한 독후 활동
수업 시간에 그림책 읽기
과학 시간에 그림책 읽기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과학 그림책’ 코너가 있다. 과학 시간에 읽을 지식 정보 그림책을 모아 놓는 코너이다. 우리는 과학 수업 시간에 짬을 내어 과학 그림책을 읽고 간단한 활동을 한다. 지구, 태양, 물, 24절기, 세균과 바이러스 등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조금씩 읽다 보면 1년이 지날 무렵 50~100권의 과학 그림책을 읽는다.
과학 그림책을 처음 접하면 이야기 그림책이나 패러디 그림책 같은 재미가 없으니 지루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지식이 조금씩 쌓이고, 과학 그림책의 글쓰기와 그림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과학 그림책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 정도가 되면 과학 그림책 코너가 활성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다음은 과학 시간에 읽기 좋은 그림책 목록이다.
관련 내용 |
읽기 좋은 그림책 |
5학년 1학기 ‘태양계와 별’ 6학년 1학기 ‘지구와 달의 운동 |
『용기를 내, 비닐장갑!』(유설화 글·그림, 책읽는곰, 2021) 『태양과 행성』(파트리시아 헤이스 글·그림 / 성초림 옮김 / 안성호 감수, 보림, 2022) |
갯벌, 달의 영향, 갯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
『욕심은 그만, 레이스 장갑!』(유설화 글·그림, 책읽는곰, 2022) |
태양계, 달 |
『안녕, 나는 지구야!』(스테이시 매카널티 글 / 데이비드 리치필드 그림 / 최순희 옮김, 현암주니어, 2018), 『안녕, 나는 태양이야!』(스테이시 매카널티 글 / 스티비 루이스 그림 / 최순희 옮김, 현암주니어, 2020), 『안녕, 나는 화성이야!』(스테이시 매카널티 글 / 스티비 루이스 그림 / 최순희 옮김, 현암주니어, 2021) |
24절기 |
『그림으로 만나는 사계절 24절기』(이여희, 김수연, 정수, 박연경 글·그림, 머스트비, 2019) |
생명 |
『같을까? 다를까? 개구리와 도롱뇽』(안은영 글·그림 / 이정모 감수, 천개의바람, 2016) 『알아맞혀 봐! 곤충 가면 놀이』(안은영 글·그림, 천개의바람, 2018) |
새로운 과학 그림책은 계속 쏟아진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보면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은 계속 발굴될 것이다. 문제는 그런 자료를 나눌 네트워크나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교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네이버 밴드 같은 제한적 공간이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재보다 더 넓은 자료 세상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도덕 시간에 그림책 읽기
도덕은 많은 학생들이 지겨워하는 과목이다. 윤리적으로 옳은 생활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잔소리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옳은 소리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이 토론을 하거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와 토론이 있는 수업에서 그림책은 수업 주제에 대해 말을 거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가족과 재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혜란 작가의 『우리 가족입니다』(보림, 2005), 김유 작가의 『가족이 있습니다』(뜨인돌, 2020)와 같은 작품을 먼저 읽는다. 그리고 나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조금 더 원활하게 의견이 오갈 수 있다. 여전히 학교의 큰 고민인 학교 폭력에 관한 작품도 많다.
관련 내용 |
읽기 좋은 그림책 |
학교 폭력 |
『내 탓이 아니야』(레이프 크리스티안손 글 / 딕 스텐베리 그림 / 김상열 옮김, 고래이야기, 2018)
『폭력은 손에서 시작된단다』(마틴 애거시 글 / 마리카 하인렌 그림 / 마술연필 옮김, 보물창고, 2016)
『찢어진 운동화』(로사 캄바라 글 / 일라리아 자넬라토 그림 / 황지영 옮김, 한울림어린이, 2021)
『짝꿍』(박정섭 글· 그림, 위즈덤하우스, 2017)
『가시 소년』(권자경 글 / 하완 그림, 천개의바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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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과도 이 그림책들을 읽지만, 교사 연수에서도 위 작품을 소개한다. 내가 낭독을 하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정서가 전해진다. 장갑 시리즈의 출발인 『잘했어, 쌍둥이 장갑!』(유설화 글·그림, 책읽는곰, 2019)은 도덕, 국어 시간에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장갑초등학교 최고의 말썽꾸러기인 ‘쌍둥이 장갑’이 위기에 처한 친구를 돕는 이야기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또한 옛날에 ‘벙어리장갑’이라 불렀던 장갑을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지 수업 시간에 토론해 봐도 좋다. ‘벙어리장갑’은 장애 차별이 담긴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자는 흐름이 있다. 유설화 작가는 ‘쌍둥이 장갑’이라 부르고 있고, 한 사회 복지 단체에서는 ‘손모아장갑’이라는 표현을 제안하고 있다. 장애, 성평등, 환경, 감정 등 여러 도덕적 주제와 관련한 그림책은 참 많다. 도덕 시간에 그림책만 읽어 주어도 좋지만, 내용을 정리하거나 조금 더 나아가는 활동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나는 대개 이런 것을 협력 토론이나 참여 활동으로 안내한다. 생각거리를 던지고 생각하고, 토론이나 글을 쓴 후, 자신의 변화나 사회의 변화 방향을 찾는 것은 도덕 시간을 조금 더 역동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함께 만드는 그림책
나는 학기 말이면 도덕 시간에 도덕 그림책 만들기를 한다. ‘내가 만드는 도덕 수업’의 일환으로 말이다. 교육부는 학교 폭력 예방과 인성·인권 교육의 일환으로 ‘어울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기존에 행사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넘어 수업으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갈등을 해결하며, 성숙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수업 시간에 교육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덕 시간에 만드는 그림책은 ‘도덕적 주제’를 다룬다. 친구 간의 갈등, 가족, 사회적 약자, 장애, 협력, 배려 같은 것이다. 또한 국어나 도덕 교과에서 빠지지 않고 다루어지는 ‘감정’도 주요 주제이다. 학생들은 3~5시간 정도의 수업 시간을 할애해 도덕 그림책, 어울림 그림책을 만든다. 그림책은 8쪽 정도의 손톱 그림책 형태로 만든다. 앞표지와 뒤표지, 판권, 속표지까지 있는 그럴듯한 ‘수작업 그림책’이다. 나는 이렇게 만든 그림책을 1만 원씩 주고 구입한다. 학교 예산을 쓸 수 없으니 개인 재정을 사용한다. 내가 이렇게 그림책을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방학 중에 자신을 위해 돈을 써 보라는 의미이다. 이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으면 얼마나 시원할까. 그리고 그 돈이 자신의 노동으로 만든 그림책을 판매하여 얻은 것이라면 더 가치 있지 않겠는가.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순서
•준비물: A4 용지, 네임펜, 매직, 색연필 등
1. A4 용지를 접어 그림책으로 만들 글을 쓰고 그림 8장면을 그린다. → 손톱 그림책
2. 무지 스크랩북에 네임펜으로 글을 쓴다. 무지 스크랩북 안쪽의 내지 두 장은 비우고 시작한다.
3. 무지 스크랩북에 쓴 글의 내용에 맞게 그림을 그린다.
4. 그림에 색칠을 하고 배경을 그리며 완성도를 높인다.
5. 무지 스크랩북 책 표지를 넘겨 왼쪽에 ① 작가 소개, ② 판권(펴낸 날, 펴낸이, 펴낸 곳 등)을 만들고, 오른쪽에 속표지를 그린다.
6. 모든 그림책을 모아 전시를 하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감상한다.
나만의 그림책 만들기
2021년 여름에 만든 도덕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2015 개정 교육 과정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도입된 덕분에 학교에서 책 읽기는 물론 ‘작가와의 만남’이 대폭 늘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가와의 만남’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도서관에서 세계 책의 날 주간, 책 축제 주간 등 특별한 날에나 여는 행사로 생각했다. 그런데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이런 특별한 프로그램이 학교 안에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책에 관심을 갖게 하자는 취지로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작가를 만나려면 그 작가의 책을 읽고, 독서 활동도 해야 하니 학생들에게 책을 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분량이 많은 책을 읽기 어려우니 그림책 작가를 많이 생각했다. 삼척그림책축제에 갔다가 만난 그림책 작가, 공부하면서 만난 작가 등을 접촉했다. 그림책 작가님들은 흔쾌히 산골 오지까지 와 주셨다.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나갈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도 말이다.
작가와의 만남을 하면 그 작가의 다른 책도 읽는다. 먼저 읽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를 만난 후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는 작가를 만나는 학생들에게 한 권씩 책을 사 준다. 각 학급별로 주제 도서와 다른 책을 섞어 여러 종류의 책을 사 주면 학생들은 돌려서 읽는다. 수업 시간에 함께 읽는 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방과 후에 읽는 경우도 많다.
우리 학교는 그림책 작가를 5명, 10명, 20명 등으로 늘릴 수 있었다. 무조건 많은 작가를 초청하는 것이 다는 아니었다. 교사들이 전체적인 방향에 합의하고, 그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였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문해력 향상이 중요했고, 책 읽기를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조직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 다음 문제는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인성 교육 중점 학교,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의 사업비를 활용했다. 지방 자치 단체의 교육 경비 보조금도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예산을 운영할 수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 순서
1.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작가 강연) 예산을 마련한다. 보통 본예산에 편성하거나 공모 사업을 신청하여 예산을 마련한다.
2. 교육 과정 함께 만들기 기간 등을 이용해 어떤 작가를 초청할지 교사 간에 협의한다. 사전에 어느 정도 예산이 마련되었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추진해도 된다. 작가를 초청할 날짜와 시간, 강사 수당, 작가를 만날 대상(학년, 인원) 등을 정한다.
3. 출판사나 학교 도서관 지원 센터 등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신청한다. 출판사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도 있다.
4. 작가와의 만남이 확정되면, 작가와 전화 통화를 통해 사전 안내를 한다. 작가와의 만남 날짜보다 1개월 정도 앞서 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책을 구입하고 미리 간단한 독서 활동을 한다.
5. 작가와의 만남을 며칠 앞두고 작가와 통화하여 확인한다. 행사 당일에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다. 보통은 빔 프로젝트, 마이크 등이 있는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를 마치고 학생들이 갖고 있는 작가의 책에 사인하는 시간도 갖는다.
책 읽기는 우리 학생들의 자랑
2021년에 오안초를 찾은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우리 학교는 매 학기 교육 과정 평가를 위한 설문 조사를 한다. ‘작가와의 만남’은 단연 만족도 1위 프로그램이다. 특히 학부모님들은 작가를 만나며 자녀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며 너무 좋아한다. 학생들은 현장 체험 학습, 진로 체험, 자신들이 설계한 프로그램 등 조금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가 더 많지만, ‘작가와의 만남’은 오안초등학교의 큰 자랑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쉽사리 하기 어려운, 1년에 10~20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우리 학교는 전학을 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전학을 온 학생들은 ‘작가와의 만남’에 깜짝 놀란다. 대전에서 전학을 온 윤희(가명)는 ‘대전에서 학교를 다닐 때에는 작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벌써 여섯 명의 작가를 만났다’며 감탄을 했다. 윤희에게 작가와의 만남은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그림책 작가를 만나고, 그 후 동화 작가나 지식 정보책 작가를 만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지난 2022년 1월, 오안초등학교는 겨울 방학을 맞아 겨울 독서 캠프를 열었다. 그때는 이전과 좀 다르게 사흘간 독서 활동을 하고 마지막 날에는 그림책 작가를 초청했다. 사흘 동안 여러 그림책 작가의 작품을 읽고, 마지막으로 초청 작가의 작품을 공부했다. 겨울 방학에 오안초를 찾은 작가는 『기차가 출발합니다』(창비, 2020), 『앗! 피자』(사계절, 2015) 등의 그림책을 펴낸 정호선 작가였다. 정호선 작가는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학생들과 호흡하며 작품 안과 밖을 오갔다. 우리 학교는 여름 방학, 겨울 방학에 학교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 평소에 학교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던 학생들이 각자 알아서 학교에 와야 하니 방학 중 프로그램의 인기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런데 독특한 그림책과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정호선 작가가 온다는 소식에 겨울 독서 캠프의 인기가 급등했다. 16명을 모집하는데, 모집 인원이 금방 꽉 찼다. 심지어 정호선 작가가 오는 날만이라도 참관할 수 있냐는 문의도 여럿이었다. 책 읽기의 즐거움은 그런 전염성이 있다.
그림책 수업을 한 후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만 좋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학생들은 그림책 수업을 통해 수업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답했다. 몇 명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지역에 있는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동네 책방 나들이를 하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다. 책을 구입하는 것은 고급스러운 문화이다. 치킨, 피자를 시켜 먹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가족이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본 부모가 있거나, 자신은 그렇지 못했지만 자녀에게는 책을 구입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특별한 부모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그러니 학교에서 그림책을 한 권이라도 직접 골라 보고 구입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촌초, 오안초에서는 다음 해에 작가와의 만남에 초청할 작가를 추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절반 정도의 작가는 교사가 추천하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학생이 추천한 작가 중에서 고른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추천한 작가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흥분한다. 그래서 매년 말, 교육 과정 평가에서 작가를 추천할 때 신중을 기한다.
그림책이 꽃피는 학교는 나의 꿈이다. 학교 도서관만이 아니라 학교 곳곳에 그림책이 놓여 있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 말이다. 여러 학교를 다니다 보면 그 꿈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림책 향기가 가득한 학교, 교실, 그리고 도서관이 이미 다가왔음을 새삼 느낀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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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너~무 좋아!” 자랑하고 싶은데 이야기할 곳이 없으시다구요?
혁신수업N에서 방방곡곡 어디든 찾아가 자랑을 들어드립니다. 전국~학교자랑~♬
소개하고 싶은 동료 선생님, 나누고 싶은 혁신 수업이야기, 추천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지금 바로 혁신수업N을 불러주세요!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이 밖에 미래엔, 엠티처, 혁신수업N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선생님의 말씀 귀 기울여 듣고 교과서, 교재, 서비스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